사막에서 자란 ‘한국’ 벼 : 다시 보는 아 봤어요

법률저널 연재 518회 칼럼 제목: 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정치학박사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베리타스 법학원/일상이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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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게다가 ‘이동’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이 명제는 COVID-19로 사람의 이동이 멈추면 세계경제가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것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경제통합이 가장 발전한 유럽 연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경제가 2020년 -5%에서 -12%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며칠 뒤 EU 집행위원회의 2020년 봄 경제전망에서도 유로존 GDP는 7.7%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사실 비관적인 입증자료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활동이 멈춘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인간은 「이동」 즉 「사회적 교류」를 하면서 끊임 없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 지정학은 그런 인간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기술 발전이 대표적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지리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지만 사회적인 의미는 바꾸어 버립니다. 최근 파쇄공법이라는 기술 발전으로 권력의 새로운 원천이 된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보라.코로나에서 다소 우울한 일상에 힘을 주는 뉴스가 있어요. 한국의 쌀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거죠. 실제로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에서 한국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품종인 아세미가 자라고 있다. 게다가 5월초에는 수확도 예정되어 있다. 사막에서 벼농사?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겠죠.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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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에서 한국산 벼가 자라고 있다. 사막에서도 자랄 수 있는 ‘아세미’라는 품종의 벼가 이렇게 자라고 있다. 현재의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미래의 기술 발전은 이 벼농사로 인해 사막이라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농민신문 > 아랍에미리트는 전체 영토의 95% 이상이 사막이다. 5%도 안 되는 땅만 땅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 인구 989만 명의 아랍에미리트(UAE)는 쌀을 주 식량원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쌀 사랑으로 유명한 한국인(1년 쌀 소비량 61kg)보다 34kg 더 먹는다. 이처럼 토지는 부족하고 식량 소비가 많은 나라여서 UAE는 농식품의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2018년 3월 한국과의 정상회담 이후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에 벼 재배 기술과 품종 전파를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농촌진흥청이 중심이 되어 2019년 ‘벼농사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2019년 11월 25일 1,890㎡ 부지에 파종해 5월 초 현재 수확을 앞두고 있다.작물이 불가능한 사막에서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품종 선택부터 알칼리성 토지에 물 공급을 위한 부직포 설치, 벼 양육에 필요한 토지의 산성화를 위한 영양분 공급, 벼 성장의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를 위한 원격 통제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력이 있었다. 농촌진흥청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이런 노력이 알칼리성 토양의 사막에서도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일조량이 좋아 예상 수확량은 1,000평방미터당 763킬로에서 793킬로로 예상된다. 이는 남한 땅에서 수학하는 경우보다 50% 정도 수확량이 많다고 한다.이런 밝은 성과 뒤에는 암도 있다. 우선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 정말 낮다. 이번 1차 수확으로 16가마(80 기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번째 수확도 있겠지만 이 정도 수확을 위해 든 비용은 너무 많다. 생산에 들어간 비용만 ha(3,025평)당 565만원이고 해수제염처리 비용은 2000만원이나 된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다. 게다가 사막에서 벼농사에 성공한 것은 한국뿐이라는 차별성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우리보다 먼저 중국이 바닷물에서 재배할 수 있는 벼 품종을 개발해 사막 농업에도 성공했다. 정리하면 한국만의 특수 기술도 아니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은 아직 미흡하다.하지만 농진청도 5년간의 계획을 세워 시작한 중기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앞으로 물 공급 문제와 비용 절감 문제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물총새라는 품종을 개발한 것이 7년에 불과하다. 또 새만금 지역이 사막과 비슷한 환경이어서 이 지역에서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아직 이걸로 농업 한류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사막의 벼농사. 그 시도와 결실의 의미만은 크다고 본다.뉴스를 보다가 문득 아랍에미리트 지도를 다시 봤다. 지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랍에미리트는 오만 위쪽 사우디아라비아 동쪽에 있다. 아랍에미리트가 마주보고 있는 페르시아만 위쪽에는 이란이 있다. 더구나 아랍에미리트는 그 악명 높은 호르무즈 해협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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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산유국들이 모인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여 원유를 해외로 보내는 길입니다. 이 거리에서 하루 평균 14척의 유조선이 통과한다. 이렇게 해서 통과하는 원유량만 하루 평균 1,500만 배럴이다. 이 수치는 바다를 이용하는 석유 수송량 전체의 35%나 돼 바다뿐 아니라 육지의 파이프라인까지를 포함한 전체 석유 거래량 기준으로도 20%나 된다. 더욱이 두바이유를 수입하는 한국은 수입량의 82%가 이곳을 지나간다.또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항상 막히는 이 해협은 안전한 통행을 위해 운항 가능한 해로 10km 중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해로 3km와 나가는 해로 3km로 나눠 관리한다. 북쪽 해로에만 대형 유조선이 들어갈 수 있는 지리조건에서 이 북쪽 해로는 이란 영해와 겹친다. 여기에 두 가지 조건이 더해져 아랍에미리트를 압박한다. 첫째, 시아파를 중심으로 한 이란에 맞서 시아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페르시아만과 대치한 상황. 둘째,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이란간의 대립이 격화. 아랍에미리트를 보면 「지정학이 정말로 많이 설명하겠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재도 미래의 양쪽에서 말이다.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고 생각해 보자. 아랍에미리트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벼농사 지원을 요구한 것은 이런 상황이 가져올 식량안보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주 수입원인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온 식량은 현재 UAE에 필수적인 생존 조건이다. 지역 강대국 사이에 끼여 미국과 이란 사이에 끼여 있는 힘없는 국가의 비참한 생존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공감이 강하다.한국이 사막까지 “이동” 하고 벼 농사를 지원한다고 해서 갑자기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교두보를 만들지 못한다. 한국이 전쟁의 승패를 가를 거대한 해군전단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관리가 어려운 이 지역의 질서를 좌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막에 벼를 심는 노력처럼 이 지역에도 관심을 ‘이동’시키면 미래에는 이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외교력’은 좀 더 내실 있게 튼튼해질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사막 벼는 매우 평범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준다.2020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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