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십이선녀탕 또 구경해요

어느 산이나 오르내리기가 쉬운 법은 없다. 얕은 산이라고 깔보면 실패할 수도 있고, 길이 평평해도 바닥이 돌투성이거나 미끄러운 흙 때문에 쓰러지기 쉽다. 설악산은 이름만으로 간단한 산이 아니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장수대에서 대승령으로 올라 십이선녀탕으로 물이 줄지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완만한 경사길을 내려가는 여행이었다. 설악산 등산로 중 두 번째로 쉬운 코스”라고 말했다. 오르면 대승리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대승령까지 오르기가 급해 힘들었다. 양쪽 옆으로 수목이 우거진 산들이 기개 가득한 청년의 모습으로 버티고 있었다. 오랜 추위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무와 풀은 태양의 은혜를 입고 보답하듯 잎사귀를 있는 그대로 피었고 초록의 정령이 숲 속에 가득했다. 꽃으로 시작된 봄의 부드러운 기운은 어느새 여름의 뜨거운 신록으로 가득 차 있고, 뒤늦게 피어난 꽃들이 소중한 색깔과 향기를 내뿜었다. 영실계곡에서는 볼 수 없던 연분홍 진달래가 군데군데 피고 벚꽃 풀처럼 키 작은 풀들이 아기자기한 꽃을 피워 숨 고르며 걷는 능선로에서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호식물이라 함부로 채집할 수 없다는 관중이 관중처럼 환호하듯 펼쳐졌고, 작은 표주박 같은 꽃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병꽃이 수줍게 피었다. 전혀 다른 수종의 나무들이 어울려 서로를 도우며 살거나 속이 텅 비었지만 가지 끝까지 생명의 힘을 보내며 살아가는 나무들도 있었다. 누군가 나무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자 중년 친구들은 한동안 말없이 숙연해졌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삶이 결코 부럽지 않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고 장수를 꿈꾸는 인간에게 수천 년을 산다는 나무의 생명력에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깊은 설악산 계곡과 그 사이를 흐르는 물, 아기 젖먹이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계곡의 바위가 빚어낸 연못을 보면 요즘 읽는 도덕경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이것을 타일러 미묘한 모성이라고 한다.암컷의 갈라진 틈, 이를 가리켜 천지의 근원이라고 한다.면면히 계승되어 온 것 같지만 그 작용은 무궁무진하다. ‘골짜기 신’이란 계곡의 텅 비고 낮게 처하는 성질과 신처럼 세계 모든 곳에서 활동하는 길을 말합니다. 노자는 계곡의 모습이 여인의 생식기와 비슷하다면서 미약하지만 끊이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길의 기능과 성질에 비유했습니다. (최진석의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에서) 뾰족한 봉우리를 이고 있는 설악 계곡을 지나던 선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에 경복하고 사색에 젖어 시를 남겼는지 절경을 설명한 표지판에 한시가 적혀 있었다. 그들은 과연 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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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유라는 이름이 붙여진 하트 모양의 둥근 연못에는 계곡에서 물이 흘러 수정처럼 맑은 물이 고일 틈도 없이 흘렀습니다. 잠시 고인 물은 깊은 웅덩이에서 바닥까지 깔끔하게 고요함을 가져다 버렸습니다. 십이선녀탕 폭포와 웅덩이는 비슷하거나 조금씩 다르게 연결되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긴 하산길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짧지만 아쉬운 시간도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 물이 떨어지는 폭포 위 바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아슬아슬하게 바라보았어요. 개구장이 소년이라면 한 번 미끄러져 내려가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설악산에 처음 놀러왔다가 맑은 물이 떨어지는 폭포수를 맞으며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바닷물도 잘 안 들어가던 어머니가 어린아이처럼 폭포수를 맞으며 시원하다며 좋아하던 얼굴이 생생합니다. 어머니는 젊고 부끄러워하셨지만 자연으로 돌아간 자연인의 모습으로 아름다우셨습니다. 그 추억이 지금 생생히 떠오르듯 오늘 산행 중 만난 나무와 꽃들, 폭포와 연못, 함께 보낸 친구들, 그들과 나눠 먹었던 음식들,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언젠가 가슴 사무치게 떠오를 것입니다. 등산 중 카메라를 가져갈 수 없어서 등산에 집중하기 위해 친구 사진을 빌렸어요. 그들에게 감사) 식물이 되어 보았는데, 박 씨는 지난달에 정말 힘든 날이었어요. 계곡을 빙빙 돌고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와서 나는 온통 젖어 흔들리고 있었어. 같은 곳에서 백년래 이른바 비도 바람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했지만 어제 같은 비바람에는 그래도 뿌리가 흔들릴 정도였다.움직이는 자는 세상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바람도 비도 생각도… 잘 견뎌낸 밤이 지나고 햇살이 빛났으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듯이 태연자약하네. 태연자약! 내 원래 표정이네. 아직도 몸을 타고 물이 흐르고 있네. 하지만 벌써 젖은 채 차갑네. 그것은 차라리 등 구석구석, 오래된 얼룩을 씻어주는 아버지의 손인 것 같네. 한곳에 가만히 서있으면 전부 보이네. 바람도, 비도, 새도, 찰나의 생각까지도. 움직이는 세상은 결코 볼 수 없는 세상의 모든 것, 물무늬가 지는 노을빛 하늘 또는 소리의 향기도.